메뉴 건너뛰기

System Security Research Center

essay

양아치 친구가 죽었다!

admin 2020.08.15 19:51 조회 수 : 29

추억이 방울방울

 양아치 친구가 죽었다!

 

 

 친구가 죽었다.
 패싸움을 일삼던 친구,
 양아치였고 일진이었다.
 그는 사냥꾼, 나는 사냥감!
 
 학원가 어둔 골목에서
 담배를 피다가 늦은 시간
 학원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아이들을 사냥하듯 돈을 뜯었다.
 
 열다섯의 여름,
 죽음? 생각해본 적도 없다.
 학교에서 가까운 사거리에서
 훔친 오토바이 사고로 즉사했다.
 
 그와 나는
 친밀한 사이가 아니었다.
 이따금 몇 마디를 건네 받거나
 그와 눈인사로 지나치는 정도였다.
 
 겨울방학을 앞둔 어느 날,
 쉬는 시간마다 몰래 음악을
 듣던 내게 그 친구가 말을 걸었다.
 
 내가 듣던 음악을 듣더니
 자신의 플레이어를 주면서
 같은 노래를 담아달라고 했다.
 그는 종종 내게 와서 말을 걸었다.
 사실 가수가 되고 싶다는 말도 했다.
 
 그가 어울리던 무리는
 철저하게 사냥꾼들이었고,
 사냥감들과는 친하지 않았다.
 어느 날 패싸움이 크게 붙었다.
 사냥감에까지 동원령이 내려졌다.
 겁이 났지만 함부로 도망갈 수 없었다.
 
 혼자서 주먹을 만지작거리며
 초조하게 모든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릴 때쯤, 그가 왔다. "넌 하지 마!"
 

 

 매섭게 말하는 눈빛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싸움은 뉴스에도 나올 만큼 위험했다.
 선생도 아이들도 그를 외면하며 지냈다.
 

 

 그는 그때 왜 나를 막았을까?
 어눌하고 투박했던 그가 했던 말은
 여전히 나를 막는다. 불의와 폭력 순간,
 그가 보인다. 그가 서 있다. "넌 하지마!"
 

 

 그해 열다섯의 여름,
 왜 그는 나에게 말을 걸었을까?
 왜 날 구했을까? 나는 그에게 친구였을까?
 
-'한겨레/열다섯 여름, 그가 말을 걸었다'에서
 인생을 재미있게 배우는 공동체( 마중물 봉봉 )
위로